답변 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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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바오로딸 성경학교 | 작성일 | 2025-05-07 | 조회수 | 21 |
예전에 이곳 <묻고답하기> 란에 비슷한 질문을 하신 학생이 있으셨습니다.
그때 드린 답변(2019년 6월 3일에 올라와 있음)을 다시 여기에 올립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상화란 하느님이 아닌 어떤 사물이나 형상을 하느님으로 절대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느님을 사물이나 형상으로 대체시켜 놓으면, 사람은 주술이나 예배의 힘으로 그분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동시에 ‘절대자’이신 그분을 유한한 인간의 손으로 만든 사물에 고정시키게 됩니다. 탈출 32장에 나오는 금송아지 이야기를 보면, 아론과 이스라엘 백성은 금송아지 상 앞에 제단을 세우고 주님께 축제를 올리자고 선포합니다. 말하자면 금송아지 앞에서 벌이는, 제사를 포함한 축제는 주님을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금송아지를 하느님 현존의 상징적 표현이라 보고, 그 앞에서 주님께 축제를 올리는 행위는 하등 나무랄 것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나안 종교의 바알신도 금송아지로 표현되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탈출 32장의 금송아지 이야기는 1열왕 12장의 금송아지 사건을 반영합니다. 솔로몬 이후 왕국이 남북으로 갈라졌을 때, 르하브암이 다스리던 남쪽 유다는 계약궤와 예루살렘 성전을 확보했지만 예로보암이 다스리던 북쪽 이스라엘은 그런 종교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로보암은 북쪽의 성소인 단과 베텔에 금송아지 둘을 만들어 놓고, 북쪽 백성으로 하여금 주님께 제사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갈 필요 없이 그곳에서 예배를 보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로보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베텔과 단에 순례 왔던 백성은 자신들 앞에 금송아지가 공개적으로 전시된 것을 보고 그 상을 가나안 종교의 바알신과 혼동하게 되었습니다. 야훼 종교와 바알 종교가 뒤섞여 버린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종교 혼합주의’입니다. 1열왕 12장의 경우에는 이 금송아지 상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었지만, 탈출 32장의 경우에는 모세의 부재로 인하여 야기된 백성의 불안과 동요를 진정시킬 목적으로 이용되었습니다. 곧 우상숭배의 또 다른 측면인 주술적 효과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인간은 오관을 갖춘 이상 자신의 하느님 체험을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표지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때 무한하신 하느님을 유한한 표지로 한정시키거나, 이미 타종교 안에서 오염된 표지를 잘못 선택함으로써 종교 혼합주의에 빠질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제1계명은 바로 이런 위험을 경고합니다.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은 먼저, 하느님의 현존을 표현하기 위하여 우상으로 오염되지 않은 표상이나 표지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상징적 표지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표지를 하느님과 동일시하거나 그 표지 안에 하느님을 고정시키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우상화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인간이 만든 형상으로 대치시키려는 행위라고 하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는 달리,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 또는 성인들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실제로 우리와 같은 삶을 살다 가신 분들입니다. 그들과 관련된 삶의 한 장면이나 사건을 그림이나 조각, 또는 음악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일은 결코 우상화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분들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 그림이나 조각의 재료, 예를 들면 물감, 천, 석고, 나무 등을 그분들 자신과 동일시한다면 그분들을 우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십자고상, 상본, 성상 그 자체를 예수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로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는 부모의 사진을 중요하게 보관하면서도 부모 자신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동방교회에는 우상숭배를 근절시킨다는 명목으로 성화상이나 성상을 모조리 파괴시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성화상 파괴자들’이라고 일컬었는데, 모두 교회로부터 단죄받았습니다. 사실 우상을 절대자 하느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사물이나 가치로 본다면, 현대의 우상은 어쩌면 돈이나 명예나 권력과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 이것들을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참 하느님을 저버린 우상숭배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