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교와 고대 이스라엘 종교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유다교라는 말로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등 족장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4천여 년에 걸친 유다 민족의 종교현상 전부를 가리키기도 합니다만, 좁은 의미에서 볼 때 유다교는 바빌론 유배 이후에 비로소 뿌리를 내려 오늘에 이른다고 말해야 옳습니다. 곧 유다교는 유다 지역이 페르시아의 통치를 받게 되는 시대에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빌론으로 유배 갔다가 일부가 돌아와 새로 성전을 개축하고 사회질서를 재정비함으로써 유다교가 시작된 것입니다. 성경으로 말하자면 에즈라기, 느헤미야기에 나오는 부분들이 유다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다교에 분파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기점은 기원전 2세기 중반 이후이며, 지금 우리가 유다교라고 말하는 종교는 그 분파 중에서 바리사이 라삐 유다교의 전통을 계승한 것입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바리사이가 라삐 유다교 분파입니다. 라삐 유다교는 기원전 100여 년 전부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라삐 유다교에서는 나자렛 예수가 메시아가 아니라고 하고 초대교회 사람들은 나자렛 예수가 메시아라고 합니다. 이렇게 메시아에 대한 관점이 두드러지게 다른 것이 라삐 유다교와 초대교회(곧 그리스도교)가 갈라져 나가는 시발점입니다. 아직도 유다인들은 메시아가 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유다교에서 나오긴 했지만 라삐 유다교에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라삐 유다교가 그리스도교의 모종교(母宗敎, mother religion)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원전 100년경에 바리사이 유다교가 형성되었고, 초대교회는 기원후 30년경입니다. 그러나 바리사이 유다교가 체계를 이루기 시작하는 것은 기원전 10년경입니다. 초대교회와 라삐 유다교의 생성시기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나자렛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유다교에서는 예수님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님이 바로 메시아’라고 고백하고 믿는 것입니다.
신약시대에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초대교회로부터 그리스도교는 시작됩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그저 예언자 정도로만 받아들일 뿐 메시아로 인정하지는 않았지요. 이것이 바로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가 갈라서게 된 주된 이유입니다.
두 종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아시고 싶으시면 아래의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종교의 세계>(정양모, 박태식 엮음, 분도출판사)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순례>(김승혜 외 지음, 바오로딸)

그럼 ‘유다(남), 이스라엘(북)’은 무엇인가?
구약 시대의 이스라엘 왕국이 솔로몬 임금 사후에 둘로 갈라졌습니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나뉘듯 이스라엘도 남북 왕국으로 갈라지게 된 것입니다.
남 왕국을 ‘유다’라고 불렀고 북 왕국을 ‘이스라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북 왕국 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게 멸망하고 남 왕국은 그보다 더 후에 바빌론에게 멸망합니다. 남 유다(남 왕국 유다를 그냥 남 유다라고도 부릅니다) 사람들은 나중에 바빌론에서 고국으로 되돌아옵니다. 당시 유배에서 돌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 유다 왕국의 유다 지파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그들이 사는 지명을 유다라고 부르게 됩니다.
신약시대(예수님이 살던 시대)에는 이 지역을 세 부분으로 구분했는데 남쪽부터 차례로 ‘유다’, ‘사마리아’, ‘갈릴래아’라고 칭했습니다.
역사의 변천에 따라 ‘유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다양하게 쓰였으므로 어느 시대의 이름인지 잘 구분하셔야 합니다.
질문하신 분이 말한 ‘유다(남), 이스라엘(북)’ 시대에는 한 분 하느님 야훼를 믿는 종교가 있었을 뿐,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를 유다교라고 인식하던 시대는 아니었음을 아시면 좋겠습니다.